궁금한 뇌 이야기

신기한 뇌에 대해..

  • 2024. 4. 6.

    by. 가장눈부신지금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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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버드대 뇌과학자는 어느 날 뇌졸중으로 좌뇌의 기능이 손상되며 자기 신분과 환경과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뇌 가소성 덕분에 다른 부분이 기능을 대신하며 회복되는 과정을 겪고, 새로운 능력을 배우기도 하며 좌뇌와 우뇌의 역할과 중요성을 설명하고 뇌의 폭넓은 성능을 알게 됩니다. 또한, 우리가 우주의 한 부분이라는 인식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관찰과 인내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좌뇌와 우뇌의 역할
      좌뇌와 우뇌의 역할; 하버드대 뇌과학자의 깨달음

       

      좌뇌와 우뇌의 손상으로 자아와 세계의 경계를 잃게 된 경험

       

      하버드대 연구원으로 지내던 한 뇌과학자는 여름 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기 전에 샤워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어지럼이 느껴져 비틀거리다가 욕실 벽을 손으로 집습니다. 그녀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을 느끼는데요. 바로 어디부터가 자신의 손이고 어디까지가 욕실 벽인지 구분이 안되는 거였죠. 그러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니까 이번엔 자기가 누구인지 내 이름이 뭔지 어떤 사람인지조차 점점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세상일로 시끄러웠던 그녀의 머릿속은 순식간에 고요하고 조용해집니다. 그녀와 세상을 구분하는 인식적이고 물리적 경계가 희미해지고 그냥 엄청난 우주의 에너지 자체만을 느낍니다. 모든 것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기분을요.

       

      그녀는 이런 느낌을 마치 요술램프에서 빠져나온 지니가 된 것 같았다고 표현합니다. 사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던 일은 좌뇌에 생기기 시작한 출혈 때문이었는데요. 인간의 뇌는 좌뇌와 우뇌로 나뉘어져 있고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뇌량 이라는 얇은 부위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합니다. 과거에는 간질환자를 대상으로 뇌량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하곤 했는데요. 좌뇌와 우뇌가 서로 소통할 수 없게 되자 생기는 현상을 분리 뇌 현상이라고 합니다. 분리 뇌 현상을 겪는 사람들 중에는 왼손은 단추를 채우는 반면에 오른손은 단추를 푸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른손은 쇼핑카트에 물건을 집어넣었는데 왼손은 다시 제자리에 갖다 놓기도 하고요. 왼손은 담배를 물었는데 오른손이 뺏어서 쓰레기통에 넣기도 합니다. 좌뇌와 우뇌는 보통 협력해서 일하는데 서로 더 특화된 영역도 있어요. 좌뇌는 주로 언어, 숫자, 논리, 분석 등을 담당하고 우뇌는 상상력, 표현력, 감정통찰 등을 담당합니다. 우뇌가 큰 숲을 통째로 본다면 좌뇌는 숲의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분석하는 편이죠. 좌뇌가 담당하는 언어 기능과 분석력 덕분에 우리는 혼자 있을 때도 내 머리가 재잘거리는 걸 틀릴 수 있죠. 이따 뭐 먹을까 그 사람한테 연락 할까 말까 내가 아까 내가 실수한 걸까 이런 속말을요.

       

      뇌과학자의 뇌졸중 회복 이야기

       

      37세의 뇌과학자였던 질볼트 테일러의 경우에도 바로 이 좌뇌에 출혈이 생기면서 언어 기능이 문제가 생기고 이런 재잘거림이 사라지면서 고요함을 느끼게 된 겁니다. 좌뇌에는 우리 몸이 지금 여기에 있음을 알게 해주는 영역이 존재 하는데 이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신체 경계감도 사라진 겁니다. 내가 지금 어디인지 내가 어디까지 인지 어디까지가 내 신체인지를 잘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죠. 공간도 시간도 나도 없어져 버리면서 초월적 일체감을 느끼게 됩니다. 테일러는 이런 경험을 두고 나의 정신적 에너지가 행복이 넘치는 침묵의 바다를 거대한 고래처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이렇게 표현 합니다. 좌뇌의 분석적 판단이 희미해지면서 한때 중요해 보였던 세상사가 보잘것없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자질구레한 걱정이 멈추고 평온과 안락 축복과 행복 충만의 감정이 테일러를 휘감습니다.

       

      내 이름는 질볼트 테일러이고 직업은 신경해부학자야 이 주소에 살고 내 핸드폰 번호는 이거야 이렇게 항상 말하던 좌뇌가 침묵하니까 그녀는 꼭 테일러로 살아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해요. 그렇게 거대한 에너지장 속에서 그녀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을 때 좌뇌가 잠시 깨어나 소리를 지릅니다. 지금 너 죽어가고 있어 얼른 도움을 청해야 돼 테일러는 119 번호를 기억하려고 애쓰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서랍에서 명함 지갑을 찾아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좌뇌가 담당하는 숫자라는 개념이 희미 해지면서 그녀의 눈에는 그냥 검은 점들이 흰 바탕에 무작위로 수놓아 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녀는 명함에 있는 검은 점들로 이루어진 그림과 똑같이 생긴 그림을 수학에서 찾아내서 누릅니다. 하지만 좌뇌가 깜빡거리고 있는 터라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때 이 번호를 내가 눌렀는지 안 눌렀는지를 기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움직여서 이미 누른 번호에 가져다 놓습니다. 오른팔이 마비된 이유는 좌뇌는 우리 몸의 오른쪽 분을 담당하고 눈에는 우리 몸의 왼쪽 부분을 교차로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동료 연구원에게 전화가 갔고 비록 테일러가 언어를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동료가 사람들을 보내서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고 해요. 의사들은 뇌졸중이 일어나고 6개월 내에 능력을 되찾지 못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말해주었는데 테일러는 뇌졸중 이후로도 8년 동안 뇌의 기능이 꾸준히 향상되었습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이제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알파벳 한 글자 한 글자를 다시 배우고 몸을 일으키고 눕히고 손가락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더하기에 빼기를 배우고 간단한 단어를 사용해서 대화를 하는 법도 배웠고요. 그녀의 회복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존재는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더 나쁠 수도 있었어 어제는 여기까지 했는데 오늘은 이만큼이나 했구나! 이렇게 이야기 해주셨다고 해요. 그녀는 우편함에서 편지를 꺼내서 읽는 일도 좋아했는데요. 6주 동안 격려의 카드를 5장에서 15장 정도 받았는데 그녀는 무슨 내용인지 읽지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을 보고 카드를 만지면서 편지에서 드러나는 사랑의 기운을 느꼈다고 합니다. 우리 뇌의 신경세포들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기반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바꾸는 능력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뇌 가소성이라고 다 하죠. 바로 이 가소성 덕분에 뇌의 한 부분이 고장 나도 다른 부분이 그 일을 대신 맡아주기도 하고요. 새로운 걸 배울 수 있기도 하고 오랫동안 쓰지 않는 능력은 퇴화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테일러의 망가졌던 좌뇌가 점차 회복될 수 있었던 것도 가소성 덕분입니다.

       

      시각피질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

      테일러는 뇌가 꼬마들이 열어 뛰어노는 놀이터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놀이터를 보면 한쪽에서는 아이들이 공을 차고 있고 정글짐에 원숭이처럼 매달리는 아이들도 있죠. 정글짐을 없앤다고 거기서 놀던 아이들이 그냥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다른 아이들과 섞여서 또 다른 놀이를 하겠죠.

       

      뉴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이 된 뉴런의 기능을 지우면 이 세포들은 자극이 없어서 죽을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할 일을 찾아가기도 합니다. 시각장애인 다니엘 키쉬씨는 태어날 때부터 눈을 볼 수 없었지만 박쥐처럼 사물에 부딪혀 반사되는 음파를 감지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한 결과 보시는 것과 같은 능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키쉬씨가 어릴 때부터 청각 능력을 극대화하는 연습을 함으로써 태어날 때부터 할 일이 없었던 시각피질의 세포들이 청각을 담당하게 된 셈입니다. 강아지들에게는 후각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인간에게는 시각이 가장 중요하기에 인간의 시각피질은 다른 감각기 피질들보다 더 거대합니다. 이렇게 큰 영역이 음파를 감지하는 청각피질의 역할을 같이 해주니까 키쉬씨가 보여주는 초능력과 같은 일들이 가능한 셈입니다.

       

      테일러는 자신의 좌뇌를 진지한 친구라고 표현합니다. 세세한 면에 집착하고 삶을 꽉 짜인 계획표에 따라 운영한다고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경계를 짓고 옳은 것과 그른 것 나에게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구분한다고요. 반면 우뇌는 넉넉한 성품의 소유자 입니다. 현재 순간의 풍요에 집중하고 만나는 모든 사랑과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우뇌는 좋고 나쁨 옳고 그름에 판단을 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이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키가 더 크거나 돈이 더 많다는 걸 알아볼 수는 있지만 이걸 바탕으로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을 인류라는 가족의 평등한 일원으로 여기고 국적, 인종, 종교, 이런 인간들이 만든 경계에 연연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 세상을 우뇌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죠. 자뇌는 우리가 외부 세계와 소통할 때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자뇌는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부분을 통해서 우리를 삶에서 뒤처지지 않게 해주죠. 자뇌의 언어 중추가 나는 누구누구라 말함으로써 우리의 정체성을 느끼도록 해주고요. 자뇌가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역시 이야기를 지어내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에 따라 너무 지나친 걱정과 불안 스스로에 대한 과한 비판과 잔소리도 하게 되죠.

       

      고통을 멈추는 첫걸음은?

      테일러는 어떤 판단도 걱정도 인식적 고통도 없는 상태를 경험해 봤기 때문에 고통을 안겨주는 생각을 굳이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그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녀는 어떤 고통스러운 생각을 했더라도 나도 모르게 그 회로에 접속했다는 걸 알아차리기만 하면 괜찮아진다고 말합니다. 마음 챙김 명상법과 마찬가지로 이런 부정적 사고의 순환 회로에서 빠져나오는 첫 번째 단계는 이런 회로에 엮여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입니다. 관찰하고 알아차리기만 해도 그 생각은 잠시 멈춥니다.

      우리에겐 그 생각을 멈출 의식적인 힘이 있어요. 내가 우뇌에 말하는 걸 그냥 관찰 만 하는 것도 정신적으로 아주 피곤한 일입니다. 테일러는 좌뇌의 부정적 사고회로에 딸려가 버리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저 관찰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능숙해지고 나면 이야기꾼이 만들어내는 각종 근심과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합니다. 솔직히 저 같은 명상 초보자에게 는 이런 일이 불가능할 것 같지만 어쨌든 테일러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쓴다고 해요.

       

      테일러는 좌뇌의 재잘거림을 엄격한 스케줄로 관리하는데요. 이야기꾼에게 오전 9시부터 9시 반 그리고 오후 9시부터 9시 반까지는 마음대로 푸념해도 좋다고 허락하고요. 그 시간 외에는 근심, 걱정, 좌절, 원망, 회한 이런 내부의 언어적 폭력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차피 너무 많은 생각을 할 거라면 시간을 정해두고 딱 그 시간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이왕이면 손을 이용해서 적으면서 생각을 따라가는 게 너무 많은 생각으로 나타나는 괴로움을 줄이는데 훨씬 더 도움이 됩니다.

       

      테일러는 우리가 거대한 우주의 일부임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해줍니다. 좌뇌는 우리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연약한 포유류라고 항상 우리한테 말해주지만 우뇌는 우리가 우주와 한 몸임을 내 존재의 중심에 영원한 삶과 영원한 시간의 바다가 있다는 걸 안다면 두려워할 게 전혀 없다고 말해줍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세포들도 죽고 3차원 세상을 인간의 방식으로 지각 할 수 있는 능력도 사라지겠지만 더 큰 차원에서 보면 끝이 아니라 우리의 에너지가 고요한 희열의 바다로 다시 돌아가서 흡수되는 것일 뿐일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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